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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과 각성 국어


2018학번 수능특강 문학에 수록된 현대시 두 편을 살펴보자.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千佛山)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수능특강 문학 61쪽


외부의 자극내부의 각성을 야기한다.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 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
잠시 살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센 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두는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에 일획을 긋는
도박(賭博)이자 도반(道伴)이었을 것이다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정끝별
수능특강 문학 68쪽

가지들이 담을 넘을 때, 이를 돕는 내적 요인들과, 이를 방해하고 시련을 주는 외적 요인들이 존재한다.

두 편의 시를 비교하면서 외적인 자극이 어떻게 내적인 각성을 야기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학교 내신에서 서술형으로 출제하기 좋은 부분일 듯 하다. 수능특강 문학 69쪽 3번 문제에서 다음과 같은 선지가 구성되어있다.

  1. '뿌리', '', '''은 '가지'가 담 안에서 담 밖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존재이다.
  2. '가지'에게 ''은 담 안에 머뭇거리게 하는 동시에 담 밖을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존재이다.
  3. '가지'는 전 존재를 걸며 모든 위험을 감수할 때 비로소 담 안에서 담 밖으로 넘어설 수 있다.
  4. 다른 나무의 '가지'는 담 안에 머물고자 한다는 점에서 담 밖을 지향하는 '수양 가지'와 구분된다.
  5. ''와 '폭설'은 '가지'에게 고난의 대상이지만 '담 밖'으로 넘고자 하는 의지를 자극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문제 자체를 풀자면 4번 선지가 잘못되었는데, 사실 다른 선지들은 각성을 의미하는 '담 밖'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간의 관계를 묻고있는데 4번 선지만 흐름에 맞지 않게 가지와 다른 가지의 관계를 묻고 있으므로, 다른 선지들을 스캔하듯 살펴보다가 4번 선지만큼은 유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마음의 수수밭도 이런식으로 시어들을 구별해놓을 필요가 있겠다.

그런데 이글루스에는 표 작성 기능이 없는걸까?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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